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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on the flat]review....Art in Culture 2009. 4



사건과 생성의 장_ 한계 지어지지 않은 사건들이 벌어지다

  
  송명진의 작품에서 녹색으로 상징되는 자연은 평면들로 조각나고, 인공도 자연도 아닌 이상한 무대가 펼쳐진다. 그녀의 녹색 풍경에서, 자연은 두툼하고 안정된 물질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들은 하얀 공백으로 나타나는 밑도 끝도 없는 가상적 공간 속에 얇은 평면들로 절개되어 얹혀 있을 뿐이다. 자연은 뿌리 없는 녹색 덮개로 얼기설기 엮여있고, 뜬금없이 뚫려 있는 망net은 또 다른 차원으로의 탈주를 예시한다. 평면 위에서 일어나는 모험과 사건들을 분주하게 이끌어가는 이들은 머리도 손도 없는 인간들이다. 작가가 ‘손가락 인간’으로 칭하는 이들은 신이나 인간이라는 원본으로부터 먼 거리에 있는 퇴락한 존재들이다. 작품 [Duck's Cross]에서 손가락 인간들은 거대한 장난감 오리를 묶고 있는 가느다란 실들에 매달려, 파도치는 듯한 대양을 헤쳐 나간다. 그들은 종이배, 나무배, 뗏목, 작은 오리 인형 등에 타고 있으며, 사납게 솟아오른 물마루와 그 안팎의 공간에서 얽혀있는 실로 엮여서 표층들에서 벌어진 사태의 심각함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한다.

  화면은 떨어져 나가는 녹색 종이들과 드러나는 바탕, 깃털처럼 거대 오리 위에 덮여있는 평면들이 날려 어수선하다. [Duck's Cross]는 낚는 것인지 낚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불안정한 힘의 분배가 두드러진다. 2차원 또는 3차원적 대상들의 껍데기가 떨어져 나가면서 대상과 배경은 무엇이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의 빈 몸뚱이를 드러낸다. 난리 통에 벗겨진 것은 진실이 아니라, 속이 텅 빈 가짜 존재인 플라스틱과 아무런 물질적 지지대를 찾을 수 없는 공백들이다. 작품 [a foolish step 1]에서도 녹색 평면들이 가득 붙은 가상의 벽이 등장한다. 벽이라기보다는 빈 무대의 가림 막 같은 양상이다. 간간이 떨어진 공백을 채우는 것은 녹색 연필 자국들이다. 그것은 이 가상의 막이 그려진 평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무대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쪽을 향해 질주하는 손가락 인간은 가까스로 지탱되고 있는 질서가 붕괴되기 직전의 긴장감을 부여한다. [a foolish step 4]에서도 손가락 인간은 아무 쓸모도 없는 낙하산을 매달고 건축적 구조물에 건성으로 붙은 녹색 평면들을 훑어낸다.

  [soft monument] 시리즈는 지상에 솟아있는 기념비에 내재된 남근적 형상과 기념비 기단에 새겨진 글자로 상징되는 로고스중심주의를 연결시킨다. 글자들은 새겨지기 전이거나 감추어지거나 지워지는 중이다. 빈 구멍, 또는 달 아래의 각 기념비들은 자신만의 깊이를 뽐내며 위풍당당하게 서있고자 하지만, 그것을 뒤덮는 것은 새어나오고 접히며, 부풀어 오르는가 하면, 아래로 늘어지거나 분열하는 기이한 표면들이다. 송명진의 작품에서 남근이성주의와 무관하지 않은 재현적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거나 무력화시키는 것은 유동하는 표면의 힘이다. 여기에서 사건과 외관 배후의 본질이나 실체는 빈 공백이거나 영원히 개봉되지 않을 끝없는 수수께끼일 뿐이다. 표면들은 객관적 대상의 표피가 아니라, 낱장으로 오려지고 붙여지고 꿰매지며 흩날리는, 심층의 비밀이 드러나 있지 않은 빈 공백이다. 사건들이 일어나는 곳은 경계지대와 가장자리들이다. 들뢰즈는 사건들은 가장자리에서만 생성하고 증식된다고 말한다. 가시적인 것이나 개념적인 것은 들추어진 표면을 따라서 펼쳐진다. 심층으로 깊이 들어가는 대신,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끝없이 다른 방향으로 이행한다. 송명진의 작품은 깊이 아닌 넓이에서, 배후에 아무것도 없는 표면들 위에서 한계지어지지 않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선영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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