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myung-jin gallery


촉각적 지각을 시각으로 표현하는 화가....제민일보(Jemin Daily) 2012. 3. 5

▲ [Work 1, 2], 각194x130.3cm, Acrylic on canvas, 2011    


촉각적 지각을 시각으로 표현하는 화가
[전은자의 '예술작품기행']  21.송명진의 [Work 1, 2]

지각된 경험이란 인간이 몸으로 체험하여 얻어진 정보체계
비현실적 현실, 현실적 비현실성'의 속성 독창성이자 매력



지각의 주체는 몸
지각(知覺, perception)이란 감각 기관을 통해 사물이나 대상, 환경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 환경에 대한 인지 능력은 그것에 대한 지식으로 이어진다. 모든 지식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경험이란 인간이 몸으로 체험하여 얻어진 정보체계라고 할 수 있다. 경험은 인간의 감각기관에 의해 얻어진 것으로, 시각(視覺)은 미와 추가 구별하거나, 촉각(觸角)은 부드러움과 거칠음, 끈적거림, 단단함을 알게 하고, 미각은 쓰고, 달고, 짜고, 시고를 판별하게 한다. 시각은 보고 느낀다는 점에서 색채와 형태에 반응하게 되고, 촉각은 손으로 만졌을 때 느끼는 감촉이므로 구체적인 이미지보다는 몸에 전달된 느낌을 기억하게 한다. 미각(味覺) 은 몸의 감각적인 인지작용이므로 구체적인 형상을 갖지는 않는다. 후각(嗅覺) 또한 보이지 않는 냄새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몸의 지각현상일 뿐이고, 청각(聽覺)은 소리라는 점에서 시지각과는 다르다. 메를로-퐁티(1908∼1961)가 '지각의 주체는 정신이 아니라 몸'이라고 한 것도 세계를 인식하는 주체가 정신이 아니라 육체적 지각이라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무엇을 감각적으로 인지하는 행동은 지각작용 그 자체의 근본적인 요소이며, 지각의 작용은 감각의 단계에서 완성되고 몸에 기억으로 남겨진다. 따라서 인간의 지각은 모두 일정한 심리적인 메카니즘에 의해 일어나는 감각작용들이며,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밖에 지각하지 못한다. 이미지를 통해 표현된 한 대상의 형태들을 인식한다는 것은, 기억 속에 있는 지각 대상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Daniel Lagoutte,2001).

어떤 형태든 인간이 표현한 형태는 몸이 인지한 형성 작용이자 지표(指標)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 속에 존재하는 형태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형태와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이 만든 형태는 특정 목적이 있고 기능적이기 때문에 내용에 따라 형태를 달리 만들어 낼 수 있다. 스스로 존재하고 변화하는 형태인 자연의 형태와는 달리 인간이 만든 형태는 그것이 설령 기하학적인 형태일지라도 어떤 목적이 있는 한 미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송명진의 작품세계
송명진(Myungjin Song)은 1996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2000년에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했다. 2001년 '순간멈춤-Image Capture(갤러리 보다, 서울)'이후 2010년까지 국내외에서 9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N.45 Kumho Young Artist(금호미술관, 서울)',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전(창작스튜디오, 서귀포) 등 많은 그룹전 경력은 화가로서 삶의 일상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현실 세계를 차용함으로써 낯선 세계가 펼쳐지고, 또 그 낯선 세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상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문명도 아니고, 원시적 자연 상태도 아닌 자신의 창작한 세계를 퇴행했거나 혹은 진화한 손가락 인간들의 장악한 세계로 그려내고 있다. 손가락은 익숙하나 손가락 인간은 왠지 괴기스럽다. 우리는 송명진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사고(思考)는 정신의 작용이 아니라 몸에 지각된 것의 기억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그가 지각한 사물들의 기억은 왜곡된다. 확대와 축소는 사람들을 의아스럽게 만들고 익숙하지 않게 하므로 강한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소위 표준, 균형, 정상에 익숙한 사람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회화는 이미지로 표현하는 조형예술이다. 조형예술로서 회화는 색채의 작용으로 형태를 표현하여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2차원적인 평면은 절대적으로 입체에 도달할 수 없다. 2차원 평면에서는 정작 시각의 착시 효과로서 입방체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이다. 즉 회화에서 입체는 환영(幻影;illusion)에 불과한 것이다. 송명진의 경우 이미지의 환영을 통해 평면과 입체 사이를 교란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초록의 평면이 일어서면서 사물의 색의 혼합되고, 풀이 파이프처럼 돋아나 잘린다. 한쪽으로 풀이 누운 초원이 갑자기 균형이 무너진다. 하나의 정경은 의식의 흐름에 의해 재구성된다. 그것은 지각에 의해 만들어진 의식의 세계인데 그 의식은 현실의 사물에서 인지된 감각과 경험된 지식에 의해 조종된다. 의식은 현실 자체의 이미지를 선별하여 표현하게 한다. 그것은 전혀 다른 눈을 필요로 한다. 
     
누가 한마디로 송명진에 대해 묻는다면, '지각된 감각을 시각적으로 바꾸는데 능숙한 화가'라는 말로 답할 것이다. 삶의 영역에서의 경험은 모든 인간들이 다양한 공간에서 겪는 현상이다. 하지만 송명진은 같은 일상의 영역에서도 지각한 것을 기억하고 새로운 이미지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남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단지 관찰의 문제라면 시지각의 문제에 그칠 것이지만, 그의 표현대로 촉각성을 시각성으로 바꾸려는 목표는 실제 촉각을 경험하게 하는 촉지각(tactile perception) 퍼포먼스와는 의미가 다르다. 원래 촉각은 동물계의 지각 메커니즘인데 인간 또한 접촉을 통해 감정을 느끼게 하는 몸의 감각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보는 것과 만지는 것은 뇌가 인지하는 방식이 다르다. 시각이 주로 형태와 색채에 민감하다면, 촉각은 건드리거나 만지는 과정에서 쾌와 불쾌를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촉각에 대한 자신의 경험이 있을 때 인지되는 성질의 것이고, 혹 경험되지 않는 촉각은 미혹(迷惑), 의문, 불명확성으로 인지될 뿐이다. 촉각은 인간의 몸이 사물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과정으로서 이 접촉은 火•水•木•金•土의 성질과 그것이 변화하는 것의 속성들을 알 수 있게 몸으로 기억하게 한다. 촉각으로 얻는 지각적 요소들은 매우 많다. 만일 물을 예로 들어도, 물의 성질은 흐른다는 것인데 만일 그 물이 묽은 지, 걸죽한 지, 아니면 용암처럼 흐르다가 서서히 굳어 가는 지, 그리고 또한 얼음이 돼 차갑고 딱딱하게 되는 지, 뜨겁고 증기를 내뿜는 지 등 다양한 액체나 혹은 고체로서 촉각은 시각적으로는 감지 할 수 없는 다양한 느낌들을 경험하게 해준다.
                 
송명진의 [Work 1, 2]
송명진의 최근 작품인 는 그간의 작품과는 개념적으로 닿아있지만 형태와 색채는 확연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1년에 1년 동안 서귀포이중섭미술관 창작 스튜디오에서 지낸 경험이랄까. 난색 계열의 모노톤은 얼핏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공사장이나 작업장이 연상된다. 그림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상황처럼 낯설다. 부분적으로는 모두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이자 현상들이다. 그럼에도 불굴하고 전체적으로 볼 때 현실의 사물은 다른 세계의 상황으로 독립된다. 그렇지만 송명진의 작품은 무의식의 문제와 닿아있는 초현실세계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송명진의 작업은 무의식의 개입이 아니기 때문에 정식분석적이 아니며 철저히 의식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지만 현실로 인식될 수는 통로를 열어놓고 있다.

결국 송명진의 낯설음도 다시 현실의 한 구석을 보는 듯 친근하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은 그의 그림의 모순적 이중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송명진 작품의 '비현실적 현실, 현실적 비현실성'이라는 속성은 그의 작품의 독창성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전은자 /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이중섭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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