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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one]review....월간미술(Wolganmisool Art Magazine) 2013. 1



하기와 무르기의 사이

외견상 이번 전시는 그간 송명진의 그림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초록색이 사라졌으며 구성은 간소해졌고 형상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띠는 차이 중 하나는 화면이 단순해졌다는 것이다. 2007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손가락 인간’이 사라진 것이 그 징후로, 이 가상의 캐릭터들이 벌이는 부산스럽고 우매한 헛짓거리 삼매경은 일종의 우화로서 송명진의 그림에 내러티브를 강화하는 중심 요소로 작용해왔다. 손가락 인간의 실종은 이들이 벌이던 그림 내부 이야기의 소멸을 의미하는데, 이는 방법론에 있어 근작보다 초기작으로 회귀했음을 뜻한다. 초기 ‘캔버스의 평면성’에 집중하던 송명진은 2007년 ‘형상이 불러오는 이야기의 환영’이라는 요소를 등장시키면서 서로 상충하는 두 요소를 결합하는 실험을 행했다. 결과는 한편으로는 풍부한 디테일이 장면을 흥미롭게 만들었지만 다른 한편 화면이 복잡해짐으로써 실재와 환영의 문제가 상대적으로 희석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근작은 형상의 개수를 현격히 줄이고 형태도 원기둥, 구, 튜브처럼 추상화함으로써, 사물의 연상을 통해 이야기가 등장할 여지를 줄이고 회화의 본래적 문제인 평면과 환영의 숨바꼭질에 집중했다. 살색이나 바탕색에 가까운 모호하며 중간적인 색채 또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원론으로 돌아가는 데 기여한다.
또 다른 변화는 경계가 더욱 흐려졌다는 점이다. 평면/입체, 구상/추상, 형상/배경, 촉각/ 시각, 멈춤/움직임 등의 경계선을 지우는 것은 송명진의 작업을 줄곧 관통하는 중심 주제 중 하나였지만, 이번 전시는 훨씬 과감하고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여준다. 경계는 넘나드는 정도를 넘어 융합으로 나아가는데, 이제는 형상의 외양 자체가 무너져 내려 고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가 된다. 그의 그림 속 고체는 부실하며 액체는 육중하다. 생겨났다 지워지고 솟아났다 허물어지는 형상들은, 그려서 발생했지만 실상 표면 위의 물감자국에 불과한 회화와 이미지의 관계를 변주한 것과 같다. 전체를 부정하듯 공들여 그린 이미지 위에 신경질적으로 갈긴 붓질과 물감 자국은, 과거 찢거나 남겨놓아 캔버스 바탕을 드러내던 때보다 훨씬 더 직설적으로 그림이란 평면 위의 환영일 뿐임을 블랙코미디로 드러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 전체는 그렸다 무른 (2011)처럼 하기(doing)와 무르기(undoing)가 끝없이 반복되는 과정의 일부다. 꿈틀꿈틀 어딘가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점액질의 형상은 그림 안의 환영도, 그림 밖의 사물도 그저 잠재태와 현실태의 왕복운동의 일환일 뿐이라는 진실을 무심히 반영한다. 어쩌면 소(疎)에서 밀(密)로 나아가다 다시 소로 돌아온 송명진의 회화사도 이 궁극적 존재론적 반복의 한 양태가 아닐까.  

                                                                                                                       문혜진(미술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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