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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one]review....퍼블릭아트(Public Art) 2013.1

(좌) Work 1, 194x130.3cm, Acrylic on canvas, 2011 / (우) Floating, 97x130.3cm, Acrylic on canvas, 2012


탈색된 표면이 빚어낸 촉각적 환영

                                                                                                                 황정인(독립큐레이터)

송명진의 회화라 하면 으레 그가 즐겨 사용하던 녹색, 그것이 빚어낸 초록빛 인공낙원, 녹색의 수풀 사이로 등장하는 작은 캐릭터(일명 손가락 인간)를 떠올릴 것이다. 또한 인공과 자연, 창조와 파괴라는 이야기 구조를 지닌 단단한 화면 구성력과 깔끔한 묘사력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그의 회화를 소위 ‘그래픽적인 초록색 화면처리’로 기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만큼 작가는 작업의 형식과 주제에 있어서의 독특한 양식을 구축해나가면서 그의 회화세계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근본적으로는 회화의 평면성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탐구과정 속에서 기인한 결과물이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삼 년 만에 열린 송명진의 개인전에서 접한 다양한 변화는 회화의 본질에 대한 작가적 고민이 한층 자유로워진 조형적 실험 안에서도 흔들림없이 관철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결과라 하겠다.

일단 전시장을 들어섰을 때, 가장 큰 변화로 목도되는 것은 그가 화면의 주조색으로 선택한 색채이다. 점토나 살을 연상시키는 이러한 색의 사용은 그의 회화가 다음 단계로 이전해가고 있음을 한 눈에 확인시켜주는 가시적인 변화이자, ‘시각적인 촉각성’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화면 속에 등장하는 원, 기둥, 구멍 등의 요소들이 마치 눈을 통해 그것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지게끔 하는 중요한 조형요소로 자리한다. 이러한 시각적 촉각성은 전시장 오른편에 나란히 선보인 에서 극대화된다. 매끄럽게 칠해진 화면의 중앙에 끈적이는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는 커다란 원통이 그려져 있고, 그것의 표면은 두터운 물감의 질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강렬한 붓질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이전의 작업에서 화면 속에 네러티브를 구축했던 구체적인 형상들은 사라지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 색면으로 말아올린 원기둥, 점성이 느껴질 것 같은 정체모를 액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자연을 연상시키는 녹색을 작품 속의 이야기를 구축해나가는 요소로 활용하면서 인공낙원이나 자연의 창조와 파괴, 인간의 행위를 캐릭터의 형상을 빌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은 사라졌다. 회화의 평면성을 고민하는 작가에게 이전의 작업에서 보여줬던 인간, 자연, 인공낙원 등의 형상들은 과거의 회화적 단계에서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하여 사라지고, 이제 작가는 캔버스 표면 자체를 조형적 내러티브의 온상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화면 곳곳에 뚫린 구멍에서 튀어나오거나 살색의 표면으로부터 직접 솟아오른 듯이 표현된 원기둥은 캔버스의 표면에 마치 기생하듯 붙어있으면서 색과 형태 간의 조형적 관계를 만들어 나간 와 그러한 관계를 마치 놀이처럼 화면 속에 실험해 나간 연작과 연작이 이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특정 대상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형태 없이 화면의 주조색이 캔버스의 표면에 칠해지다가, 가장 최소한의 명암 표현을 통해 원, 구멍, 기둥 등의 기초적인 형태를 갖추고, 이렇게 만들어진 형태가 다시 물감처럼 흘러내려 본연의 색으로 회귀하거나, 때론 화면 가득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작품 전체에 하나의 조형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 그의 신작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변화는 깔끔하게 처리된 화면 위에 거침없이 가로지르는 작가의 붓질이 더해지면서 더욱 고조된다. 연작에서 작가의 행위를 연상시키는 회황색의 선들과 화면 곳곳에 떨어져있는 물감 자국, 금방이라도 다시 붓질이 이어질 것만 같은 끝처리는 완성된 화면을 다시 그것의 시작점으로 되돌려 놓을 듯이 회화의 끝과 시작을 묘연하게 만든다. 이러한 실험은 화면에서 말끔하게 표현된 형태들의 환영적 속성을 의도적으로 부정하면서 회화의 평면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조형요소로 작용하는 동시에, 이라는 전시제목에서처럼 작가가 그리기 과정에 있어서 완성과 진행의 경계를 끊임없이 고민한 흔적을 대변한다.  

이처럼 송명진의 이번 개인전은 중성적 색채를 재료로 하여 점, 선, 면, 형의 기본적인 조형요소들을 촉각적 환영으로 빚어내고, 때론 여유있고 과감한 행위의 흔적들을 화면에 가미하면서, 회화의 본질을 캔버스 표면위에서 더욱 밀착하여 고민한 흔적들이라고 할 수 있다.

                                                              송명진 개인전: Undone_20121121-20121215_갤러리 인_리뷰
                                                                                                                      퍼블릭아트_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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