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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A Weird House]....동아일보(DongA Daily) 2004. 02. 01


'이상한 집'…어! 쥐구멍에서 기차가 나오네?

이젠 중학생이 된 큰아이가 걸음을 떼고, 말문을 트고, 세상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을 때, 그래서 눈만 뜨면 내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자고 조르던 때에, 아이가 가장 많이 하던 말이 ‘자꾸자꾸’였다. 금방 나갔다 와서도 ‘자꾸자꾸’ 나가자고 하고, 금방 지나온 길도 ‘자꾸자꾸’ 지나가자 하고, 횟집 수족관 앞에서는 ‘자꾸자꾸’보고
싶어 했다.

이 책을 보면 그때 아이의 ‘자꾸자꾸’가 떠오른다. 표지부터 그렇다. 정확한 원근법에 의해 화면 중앙에서 밝게 자리 잡은 집은 보는 이의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자꾸자꾸’ 그 집에 가봐야 할 것 같다. 내용 안에서의 그림은 언뜻 봐서는 대체 무얼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자꾸자꾸’ 보다 보면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지어진다. 아이들은 정말 이런 걸 상상하고 있을까? 나도 어렸을 때엔 이런 상상을 했겠지.

이 책은 어른들의 시선과 아이들의 시선이 동시에 진행된다. 면을 넓게 펼치면, 왼쪽에는 어른들의 시선이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뒤를 따라가고 있다. 잘 정리되었지만 화면이 좁다. 오른쪽에는 빨간 치마 아이가 보고 있는 세계다. 화면은 넓고 유화가 주는 입체감이 풍부하다.

하지만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빨간 치마 아이가 보고 있는 세계는 다양하다 못해 괴상하기까지 하다. 우산 속에서 눈이 내리고, 벽난로 안에서 해가 떠오르고, 쥐구멍에서 기차가 나오고, 책 안에 새싹이 돋고, 피아노 덮개 속엔 무덤이 있다. 침대에선 꽃이 피고, 목욕탕에선 나무가 자란다. (그래도 그 나무에 목욕수건은 얌전히 걸려 있다.)

‘이게 통 뭔 소린지’ 하는 어른들은 이미 아이들 마음을 잃어버려 책 속을 헤매고 있는 거다. 이런 어른들을 위해 이 책을 좀 편하게 읽는 방법을 이야기하자면, 우선 왼쪽면의 그림만 넘겨서 보자. 집안은 잘 정리되어 있고 빨간 치마 아이는 수줍게 우리를 초대한다. 하지만 아이는 곧 솜털처럼 가볍게 집안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닌다. 아이의 발을 보고, 치맛자락을 보고, 그림자를 보고 쫓아가다 보면 어느 새 놓쳐버리고 숨을 헐떡이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지 저 방으로 들어갔을 거야 짐작만 하면서 아이를 기다린다.

빨간 치마 아이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우리에게 아낌없이 이야기해 준다. 그러니 오른쪽 면의 그림은 그저 보여주는 대로 보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잘 보고 있으면 내가 어렸을 때 했던 상상도 그 곳에 담겨 있을지 모르니 잘 찾아보시길. 그러다 아이들 마음을 조금이라도 되찾았다면 이런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러니 ‘자꾸자꾸’ 가자고 하고, ‘자꾸자꾸’ 보자고 하지….”

한글공부 그림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사용법이 소개되었지만 그 점만 부각시키는 건 좀 아깝다.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 동아일보 2004/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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