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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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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_안나푸르나 Annapurna 1 (2013 1.17 - 1.29)

  룸비니에서 포카라(Pokhara)까지 버스로 7시간 30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고르지 못한 노면을 달리느라 많이 덜컹대긴 했지만 비교적 양호했다. 페와 호수를 끼고 있는 포카라는 네팔의 대표적인 휴양도시이자 안나푸르나(Annapurna) 트래킹을 위한 전초기지다. 인도의 공해와 지저분함에 질린 여행자에게 네팔의 포카라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여행자들을 위한 도시라고 할 만큼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비교적 깨끗하고 또 친절하다.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구하고 샤워와 동시에 폭풍빨래 2시간. 저녁 무렵 적당히 피곤했지만 인도-네팔 국경을 함께 넘은 여행자들을 만나 트래킹을 대비해 몸보신을 했다. 포카라는 스테이크가 싸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식사 후 들어간 까페는 한국에 온 듯 세련된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갖췄다. 문명의 세계로 다시 돌아온 듯해서 웃음이 절로 난다.

  다음 날은 본격적으로 트래킹 준비를 했다. 8박9일 동안의 산행에 체력이 버텨줄까, 고산병이 생기진 않을까, 날씨는 도와줄까, 괜찮은 가이드를 만나게 될까....오만 걱정들이 몰려오며 긴장되기 시작한다. 거기다 아침부터 날씨가 이상하다. 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치다가 다시 화창하게 맑아지기를 수십 번 반복한다. 덩달아 빨래를 널었다 걷었다를 수십 번 반복했다. 빨래는 내일 시작될 트래킹에 모두 입고 가져가야할 옷들인데 난감하다. 날씨가 나쁘니 의욕이 상실된다. 안나푸르나가 나를 반겨 받아주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엄한 생각도 들고 말이다. 암튼 대략의 간식과 옷들 장비들 등 준비물들을 챙기긴 했는데 빠진 것 없이 제대로 됐는지 모르겠다.

  트래킹을 시작하는 날엔 잠을 설친 후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섰다. 한국식당에서 뜨끈한 김치찌개와 밥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내게 배정된 가이드겸 포터를 만났다. 젊은 네팔 청년인데 착하고 순해 보여서 안심이 된다. (결국 나의 오판이었다.ㅋ) 택시를 타고 시작점인 나야풀(Nayapul)에 도착해 본격적인 트래킹이 시작된다. 등산화가 덜 말랐다고 슬리퍼를 신고 걷기 시작하는 가이드는 순둥이라기 보다는 센스가 좋고 적당히 영악한, 개성이 강한 캐릭터였다. 서로 적당히 영어도 통해서 가이드라기보다는 친구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해가며 걸었다. 마을을 통과해 어느정도 걷다보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트래킹 코스 2-3시간 간격마다 롯지들이 모여있는 마을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언제든지 식사를 하거나 쉴 수 있고, 또 본인의 페이스에 맞춰 숙박을 할 수도 있다. 가이드는 주로 자신과 친분이 있는 롯지로 손님들을 인도하기 마련인 듯하다. 한 롯지의 야외식당에서 간단한 점심을 해결했고, 숙박은 힐레(Hile, 1,430m)의 한 롯지, 꼭 알프스의 하이디가 된 듯 소박하고도 낭만적인 작은 방에서 하루를 묵었다.

  출발지점에서 가이드가 없이 트래킹을 시작하는 한국인 무리를 만났다. 그들은 내 가이드를 공유하고 싶어 했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함께 두런두런 얘기하며 시작했는데, 1박 2일을 겪어보니 이들의 행태가 장난이 아니다. 이기적인 이유로 서로 싸우기도 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고, 내 가이드를 무시하는 언행을 일삼기도 한다. 내가 이 좋은 곳에 와서 왜 저런 사람들과 얽혀야하나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내 가이드도 같은 심정인 듯한 눈치다. 하지만, 큰 산에서 혹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데 가이드도 없는 사람들을 매몰차게 내치기가 좀 거시기했다. 사실, 난 트래킹을 준비하면서 될 수 있는한 고요하게 걷기를 기대했다. 잡념을 훌훌 떨치면서 말이다. 근데 이건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다.ㅠ

  산에서의 2번째 밤을 지낼 고래빠니(Ghorepani, 2,680m)에 근접하자 따뜻한 숲길은 사라지고 눈길이 시작된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고래빠니에서의 전망은 압도적이다. 설산의 연봉들이 눈앞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롯지에 도착한 사람들은 다들 추위에 떨며 식당의 화력 좋은 난로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눈길에 젖은 옷들, 빨래들도 널어 말린다. 난로 바로 옆이 아니고는 추워서 꼼짝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잠자리에 들 때는 다들 뜨거운 물을 한 병씩 사서 침낭 안에 품고 잔다. 이것이 유일한 난방용품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물로 세수도 하고 이도 닦는다. 고산에서는 물도 부족하지만 샤워를 하면 고산병에 걸릴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내일 새벽엔 푼힐(Poon Hill)전망대에 올라 일출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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