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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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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_안나푸르나 Annapurna 4 (2013 1.17 - 1.29)

  정말 하루 종일 열심히 걸었다. 너른 바위가 있는 계곡언저리에서 잠시 간단한 세수와 이를 닦고, 발을 씻고 말린 것 이외는 점심 먹는 시간도 생략하고 간식으로 때우며 무조건 걸었다. 지누단다에 내 가이드가 늘 들르는 롯지가 하나 있는데 거기 식당에 텔레비전이 있는 모양이다. 보아하니, 그래서 그는 꼭 거기서 묶었으면 하는 것이다.(네팔의 일반 가정집엔 텔레비전이 귀한 편이다.) 나는 내일 아침 일찍 한적하고 깨끗한 노천온천을 즐기고 싶어 꼭 거기서 묵었으면 한다. 가이드와 나는 동상이몽이지만 목표는 같다. 그래서 둘 다 아무런 불평 없이 하루 종일 정말 열심히 걸었다.

  너무 많이 걸었는지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우리가 목표로 한 마을의 롯지에 다다르기 위한 마지막 코스는 구불구불하고도 가파른 계단길을 끝도 없이 내려가는 것이다. 가이드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어슴프레한 달빛에만 의존해 씩씩하게 내려가고 있고 나는 건전지가 다됐는지 흐릿한 해드랜튼에 의지해 절둑거리며 뒤따르고 있다. 가끔 마주치는 마을 사람 몇몇도 이 깜깜한 어둠 속 험한 길을 마치 야행성 동물처럼 잘도 걸어 다닌다. 혹시나 해서 해드랜튼을 꺼보니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하다. 그간 내가 밝은 불빛에 너무 의존해 살았나 보다. 무릎이 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 주저앉기 일보 직전에 드디어 목표한 롯지에 도착했단다. 거의 12시간을 꼬박 걸은 셈이다. 고생한 만큼 기대를 품고 들어간 롯지는 정말 대실망이다. 이제껏 대부분의 롯지가 소박하나마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지만, 여기는 방에서 풍기는 요상한 냄새와 젖은 듯 축축한 침대, 그리고 열악한 샤워시설....피곤한 몸으로 고장나기 일보 직전인 샤워기를 들고 씨름하고 있자니 가이드에 대한 분노가 끌어 올랐다. 오직 텔레비전을 보고자 하는 욕구로 날 이리로 인도한 것이리라....게다가 제대로 먹는 첫 끼니인 저녁으로 주문한 닭고기가 거의 다 태워져서 나왔다. 가이드는 일찌감치 식당에 자리 잡고 앉아 텔레비전에 거의 빨려 들어가고 있다. 집에 텔레비전 있는 내가 참자!!!

  어제 피곤하긴 피곤했었나보다. 그간 인도와 네팔 여행을 다니며 이렇게 푹 잘 자보긴 처음이다. 그 후줄근한 환경에서 말이다.  일어나자마자 온천 갈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한 20분 산길을 걸어 내려갔을까.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곧 옥색의 거센 물줄기가 흘러가는 계곡이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계곡에 다다르니 한 귀퉁이에 간이 탈의실이 있고 돌을 쌓아 물곽을 만들어 놓은 탕 2개가 보인다. 하나는 온탕이고 다른 하나는 미온탕이다. 탈의실에서 노천온천용 옷으로 갈아입고 대충의 샤워를 끝낸 후 물 속에 몸을 담갔다. 바로 여기가 천국이로세! 탕 속에 앉아 고개를 들면 위로는 푸르른 수목들과 그 아래로는 거세게 흘러가는 계곡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른 아침이라 탕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물소리를 들으며 앉아있자니 신선이 된 듯하다. 이제껏 힘들었던 트래킹의 여정들이 스르르 지나가는데, 긴 여정동안의 고생스러움이 있었으니 오늘의 이 호사가 더 반갑고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한 2시간을 탕 안에서 넋 놓고 있었나 보다. 오늘의 일정이 또 기다리고 있으니 아쉽지만 온천욕은 마무리해야 한다.

  온천욕을 마치고 롯지로 올라가는 길은 쾌적하기 그지없다. 어제 그렇게 아팠던 무릎 통증도 많이 가라앉은 듯하다. 점심은 좀 푸짐하게 먹어볼 요량으로 이것저것 시켰다. 맛은 뭐 그저 그랬지만, 바람이 시원한 야외 식당에서 분위기는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짐을 꾸려 다시 걷기 시작한다. 오늘은 오후부터 걷기 시작한 터라 멀리 가지는 못할 것이다. 어제 내가 숙소를 맘에 안들어하는 걸 눈치 챈 가이드가 오늘은 최대한 깔끔하고 낭만적인 숙소로 데려가겠다고 다짐한다. 걷기 시작하고 몇 시간 만에 란드룩(Landruk, 1,565m)의 숙소에 도착했다. 여긴 첫눈에 마음에 든다. 일단 롯지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훌륭하며, 숙소의 방이며 화장실, 샤워실도 무척 깨끗하게 관리되었다. 내 얼굴에 화색이 도니 가이드도 맘이 놓이는 모양이다. 그러고는 곧 텔레비전 앞으로 직행한다. 알고 보니 여기도 텔레비전이 있는 롯지다. 누이도 좋고 매부까지 좋은 격이랄까. 바깥 풍경이 아까워 쌀쌀한 날씨임에도 야외식탁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큰 개 한 마리가 식사하는 동안 내 발밑에서 꼼짝도 않고 앉아 물끄러미 날 올려다 본다. 처음엔 겁을 집어먹었지만, 두고 보니 순한 놈인 듯하다. 고기 몇 점 던져 주니 잘 받아먹는다. 오늘이 산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 것이다. 이 낭만적인 롯지 또한 마지막 숙소가 될 것이고 말이다. 마지막 롯지가 맘에 들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해가 지고 노을빛도 다 바랠 때까지 바라보다 방으로 들어왔다.

  다음날은 마지막 산행이다. 오늘만 걸으면 대장정의 8박9일의 안나푸르나 트래킹이 마무리되고, 포카라로 다시 돌아간다. 어제 많이 걷질 않아서인지 오늘은 무릎이 훨씬 가볍다. 생각에 빠져 걷는 사이 어제 롯지 마당에서 만난 큰 개가 우릴 따라오고 있었다. 돌아가라고 쫒으면 안오는듯 어느새 또 따라오고 있다. 이 녀석이 제 집까지 다시 어찌 돌아가려고 이리도 멀리까지 쫒아오는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젠 아예 같은 팀처럼 바짝 붙어서 따라온다. 우리가 쉬면 따라 쉬고, 우리가 걸으면 또 따라온다. 그러더니 어느새 내 뒤만 바싹 붙어 쫄쫄 따라온다. 이제 이 녀석과 내 그림자가 뭉쳐져 한 덩어리다. 날 이리도 따르는 동물은 난생 처음이다. 동물과 처음으로 교감해 보는 순간이다. 이래서 다들 반려견을 가족처럼 챙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거의 다 내려온 모양이다. 이제 하산지점을 나누는 갈림길들이 나타난다. 우리는 포카라로 가는 버스가 정차하는 칸데(Kande)로 내려가기로 했다. 산길을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산 아래 마을이 나타나고 마을 사이로 난 골목을 통과하자마자 갑자기 큰 도로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도로에는 포카라행 버스가 정차해 출발하기 직전이고, 우리는 놓칠세라 급하게 올라탔다. 올라타서 한숨 돌리고서야 그 먼길 우리를 따라와 준 개에게 인사 한마디 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해 냈다. 이놈의 버스가 기다리듯 서있지만 않았어도 한번 쓰다듬어 줄 시간적 여유는 있었을 텐데 정말 서운한 마음이 한동안 가시질 않았다. 버스 안은 사람들로 미어질듯 꽉 찼고, 겨우 자리를 잡고 앉으니 발 아래 버스 바닥에 난 구멍에서 도로가 쌩쌩 지나간다. 이 무슨 해괴하고도 위험한 상황인가.... 한참 만에 지옥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갈아 탄 후에야 곧 눈에 익은 거리, 포카라 시내에 도착했다. 이제 정말 트래킹이 마무리 되는 순간이다.

  그간 고생해준 가이드와 뒷풀이로 푸짐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예의 신들린 빨래 이후에 깊은 잠을 청했다. 다음날은 느긋이 일어나 포카라 근교의 베그나스 호수로 나가 나룻배를 타보는 호사를 누렸다. 그리고 근처 레스토랑에서 로컬 음식인 튀긴 생선을 맛보고, 또 모모집에서 종류별 모모를 모조리 시켜먹었다. 네팔은 우리네 입맛과 크게 다르지 않는 모양이다. 먹는 것마다 내 입에 착 감긴다. 그리고 그동안 굶주렸던 과일을 종류별로 사서 차례대로 먹어치운다. 내일은 카트만두로 떠나야 한다. 아름답고도 편리한 도시인 포카라에서 하루만 더 쉬었다 가고 싶은데 앞으로의 일정이 빠듯해서 어쩔 수가 없다. 오늘 밤 짐들을 모두 싸놓아야 할 것이다. 이제 이 산더미같은 짐들이 오롯이 다 내 차지다. 그간 산에서 내 짐들을 맡아준 가이드 알준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소윤경  :  완존 잼나게 봣어용^^ 오랜만에 인도네팔여행 느낌 돗네요.
조만간 이웃 주민끼리 차한잔 해요.
2013/11/11
비야  :  오랫만에 글 올렸는데 잊지않고 방문해주셨네요...감솨함다!^^ 20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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