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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_카트만두 Kathmandu (2013 1.29 - 2.2)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는 경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 구간은 국내선이라 경비행기만 운행한단다. 공항도 마치 버스터미널에 온 듯 간소하고 소박하다. 누구는 경비행기가 오히려 안전하다고도 하는데, 살짝 긴장되는 건 사실이다. 경비행기 좌석은 모두 창가석이다. 양쪽으로 한 줄씩만 앉는 정말 좁고도 작은 비행기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흐릿하고도 불투명한 프라스틱 재질의 창문 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드디어 이륙! 생사는 하늘에 매인 것이다. 고도는 점점 높아지고, 창문에서 내다보이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는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덜덜 떨리는 기체와 어설프게 돌아가는 프로펠러도 내게는 비현실적이었지만, 구름들 위로 솟아오른 고봉들은 구름 아래의 현실의 땅과는 완전히 유리된 신비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이 경비행기를 타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풍경, 연이어 솟아 끝없이 이어지는 고봉들의 행렬은 마치 천상의 세계를 훔쳐보는 듯한 짜릿함과 감동을 주었다. 이제야 비로소 내 여행의 전체가 거시적으로 보이며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구경하고 욕심내고....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살아내기만 하면 그 뿐이다.

  무사히 카트만두 공항에 내리고는 몰려드는 삐끼들에 둘러싸여 흥정을 끝내고 한 택시를 잡아탔다. 카트만두 시내의 첫 인상은 인도를 방불케 할 만큼 시끄럽고 지저분했다. 기묘하리만치 한국어를 잘하는 네팔인들의 도움으로 꽤 쾌적하고도 가격이 적당한 숙소를 어렵사리 구했다. 실내는 넓고 전망도 시원하다. 욕실에 뜨거운 온수도 콸콸 나온다. 과장하자면, 매연으로 꽉 찬 카트만두 시내를 돌아다니면 마치 지옥 속을 헤매는 듯하다가 호텔에만 들어서면 천국에 온 듯 쾌적하고 편안하다. 좋은 숙소 덕에 온몸에 긴장이 풀어진 걸까. 컨디션 난조로 카트만두에 있는 동안 며칠을 앓았다. 그나마 쾌적한 공간에서 앓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카트만두의 볼거리는 대부분 중심가에서 꽤 떨어진 외각에 자리 잡고 있다. 복잡한 시장 골목을  비집고 다니며 겨우 찾아낸 박타푸르행 버스정류장, 그리고 버스를 탄 지 약 1시간 만에 우연히(!) 목적지에서 하차할 수 있었다. 비싼 입장료에 비해 볼거리가 단조로워 실망했지만 그 주변 마을이 오히려 흥미로웠다. 광장의 사원군을 둘러싼 마을에는 실제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 골목골목을 누비며 소박한 삶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사원들이 내려다보이는 한 식당의 테라스에서 느긋이 식사를 마치고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 척박한 도시에서 마치 현지인처럼 능숙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

  다음날은 일찍이 택시를 타고 보다나트에 가보기로 했다. 네팔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불탑인 보다나트는 그 생김새가 코믹해서 그 주변을 돌며 경건하게 예불을 드리는 사람들을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듯했다. 하지만 그 밝고 귀여운 느낌에 내 기분도 덩달아 밝아진다. 여기 사람들처럼 탑돌이도 하고 양지에서 햇볕도 한참을 쬐다가 파슈파티나트 사원으로 향했다. 사원까지는 걷기에 그다지 멀지 않았는데, 이 사원은 여행자들에게는 단순히 화장터로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네팔 힌두교의 총본산이라고 한다. 인도에 갠지즈강이 있다면 네팔에는 그 지류인 바그마티강이 있고, 이 강을 끼고 있는 파슈파티나트 사원에서 화장되는 것을 네팔의 힌두인들은 숙원처럼 여긴다. 죽은자의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울부짖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사체에 불을 붙일 때 죄의 근원지라 여기는 입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 등은 네팔의 화장의식이 인도의 것과 다른 점이다. 게다가, 죽음에 맞닥뜨려서도 신분의 고저에 의미가 있는듯 서민층과 고위층과는 화장하는 장소와 절차에 있어 격이 다르다. 망자 입장에선 어차피 불길에 타버리면 다 똑같을 텐데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차별이 위안이 되는 모양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을 비웃기나 하는 듯 화장터 주변을 수많은 원숭이들이 어슬렁거리며 기웃거린다. 인도에서부터 봐온 화장터에 벌써 익숙해진 것일까. 이제 사체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에도 아무런 심적 동요가 없을뿐더러 심지어 꾸벅꾸벅 졸기까지 한다. 졸면서 생각해본다. 내 삶에 주어진 소명은 뭘까....그런게 있기나 한걸까....

  사원 내 화장터 옆에선 결혼식 세레모니가 행해진다. 그러고보니 이 사원은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뒤섞인 장소다.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있어 처음엔 무슨 일인가 싶어 근처에서 어슬렁거렸는데, 귀엽게 생긴 한 여자아이가 다가오더니 내 옷소매를 끌며 음식을 나눠주는 사람들 앞으로 인도한다. 쭈뼛거리며 다가가는 나를 웃음으로 반기며 기꺼이 음식들을 나눠준다. 그다지 입맛에 맞진 않았지만 남기기도 죄스러워 꾸역꾸역 다 먹어치웠다. 인도에서도 네팔에서도 한껏 웅크리고 있는 이 이방인을 한 꼬마가 세상 밖으로 나오라고 끌어당긴다. 마치 그런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머뭇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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