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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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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_방콕 Bangkok (2013 2.2-2.7, 2.11-2.12)


  
  드디어 내 여행의 주 방문국인 인도와 네팔의 일정은 끝났고, 방콕일정 부터는 스톱오버로 들리게 되는 곳들이라 심적 부담이 조금은 덜하다. 하지만 방콕은 우리나라 계절로 겨울, 바로 지금이 여행 성수기에다 늦은 밤에 도착하게 되니 과연 숙소를 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공항에서 골라잡은 택시부터 벌써 꼬이기 시작한다. 영어도 안통하는, 최악으로 불친절한 기사가 여행가이드북에 소개된 사사로운 사기 수법을 모조리 구사한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도착한 숙소에는 빈 방이 없단다. 그 무거운 배낭들을 매고 카오산로드여행자거리에 있는 대부분의 숙소를 모조리 훑어도 빈 방이 거의 없다.

  야외에 셋팅된 레스토랑의 테이블에서 흥청망청 여행객들이 마시고 떠들고 즐기고 있는 사이, 네팔 기후에 최척화된 두꺼운 옷을 입고 갓 도착한 난 땀을 뻘뻘 흘리며 거리를 헤매고 다닌다. 이 많은 숙소들 중 내 한 몸 뉘일 곳이 없다니.... 돌고돌아 겨우 찾은 방 하나, 오케이 하려는 찰라 큰 바퀴벌레 한 마리가 휙 지나가는 걸 보고 말았다. 할 수 없이 다시 뒤돌아 나온다. 내가 상상했던 방콕은 이렇지 않았다. 이렇게 시끄럽고 흥청망청한 거리의 한가운데서 며칠을 묵어야 한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 거기다 다들 어찌나 퉁명스럽고 불친절한지 첫날부터 정나미가 뚝뚝 떨어진다.

  겨우 트리플룸을 구했다. 비싼 값을 치루더라도 일단 오늘밤은 넘기고 내일 밝을 때 다시 방을 구해야지.... 짐을 풀고 샤워를 하는데 그래도 행복하다. 이제야 드디어 방콕에 안착한 느낌이다. 다음날 일찍 카운터에 알아보니 방이 하나 빈단다. 얏호! 이 동네는 방을 차지하면 묵고 싶은 만큼 묵고 떠나기 전날만 통보하면 된단다. 며칠 묵을지 미리 결정할 필요 없이 방을 먼저 차지한 사람이 임자다. 정보수집 차원에서 한국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으며 대략의 정보들을 얻고 시내 중심가로 나가 태국화폐도 찾았다. 주머니가 두둑해지니 이제야 맘이 놓이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내를 둘러보기 시작하는데 한집 건너 한집이 거대한 쇼핑몰들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화려한 건물 외관과 실내 인테리어를 자랑하는데, 이런 하드웨어에 비해 물건을 판매하는 직원들의 서비스 개념은 부족해 보인다. 쇼핑몰의 푸드코트에서 회전식 샤브샤브 뷔페를 발견했는데 완전 대박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음식을 맘껏 흡입할 수 있어 행복했다.

  오랜만에 화려한 쇼핑몰이 즐비한 거리를 걸으며 문명의 향기에 취해있는 와중에 문득 인도가 그리워지는 건 왠 주책일까. 방콕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왜 인도에 끌리는지 조금은 이해할 듯했다. 인도라는 나라는 인간의 본연의 모습, 본성을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그것을 막상 맞닥뜨렸을 때는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것 이외의 불필요한 요소들은 번잡스럽고 무의미하게 느끼게 된다. 인도는 생존에 꼭 필요한 것들 이외는 별로 쓸 만한 것이 없다. 그리고 그것들조차 대부분 후지다. 그래서 인도의 척박함을 경험한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있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스스로 질문하게 되고, 그 이외의 나머지들은 다 털어내고자 하는 일종의 정화작용을 경험하는 듯하다. 아무튼, 내가 인도를 어떤 식으로든 그리워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제 태국 여행의 백미인 왕궁과 사찰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다들 너무나도 화려하다. 그 정교함과 세련됨에 무뚝뚝한 태국인들이 다시 보일 정도다. 지나칠 정도의 화려함에 눈이 쉬이 지치긴 하지만 말이다. 일반인들의 삶의 터전은 우리와 비슷하게 소박하고 정감 있다. 골목골목의 풍경도 시장의 풍경도 그렇다. 얼굴의 생김새도 입맛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여행하면서도 동질감이 느껴져서인지 심적으로 편안하다. 다만 왕의 사진을 길거리 곳곳에 크게 내걸어서 지나갈 때마다 경배하는 모습은 꽤 이질적으로 느껴지며 불교사원들에도 신도들이 광적일 정도로 북적댄다. 아무튼, 처음 방콕에 도착한 날 느꼈던 절망감이 나날이 호감으로 바뀌면서 마치 양파껍질 벗기듯 도시의 재미있는 구석들이 하나둘씩 발견된다. 이 도시를 떠날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아직 구경 못한 곳도 많고 못 먹어 본 음식들도 많다. 거기다 막판에는 배탈이 난 탓에 두 걸음에 한 번씩 화장실에 가야할 지경이다. 하아....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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