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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_앙코르왓 Angkor Wat 1 (2013 2.7 - 2.11)

  오늘은 새벽 일찍 캄보디아의 카지노로 가는 버스를 탔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태국은 정부 규제로 카지노가 불법이기 때문에 방콕에서 차로 약 3시간 거리인 캄보디아 국경에 카지노를 만들었다. 매일 새벽 룸피니공원 앞에서 출발하는 카지노행 버스는 도박에 취한 사람들은 물론 카지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캄보디아 국경을 넘으려는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이 어느새 국경에 도착했나보다. 도착 안내가 전혀 없었지만 사람들은 어느새 버스에서 제각각 내려 뿔뿔이 흩어져버리고 나만 덩그러니 남아 불안한 눈으로 출국사무소를 찾고 있다. 겨우 찾은 출국사무소, 태국 출국은 수월했지만 캄보디아 입국이 좀 까다로운데 이것도 가이드북의 팁을 참고해서 입국 비자피 이상의 웃돈을 뜯기지 않고 무사히 통과했다.

  입국장을 통과하면 택시기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캄보디아 국경에서부터 씨엠립(앙코르와트 유적 관광의 관문도시)까지는 2시간가량 소요되는데 주로 택시를 쉐어해서 이동한다. 나는 애기를 안은 새댁, 그리고 중년아줌마와 함께 탔는데, 이 아줌마가 군데군데 들르면서 짐을 받아 싣기 시작하는데 그 짐의 양이 도저히 트렁크와 차 내부에 구겨 넣어도 다 실어지지 않을 만큼 대량이다. 그런데도 택시기사는 웃돈이라도 받은 양 군소리 없이 짐을 억지로 차 구석구석에 쑤셔 넣는다. 내 발밑에도 짐이고 새댁의 옆구리에도 짐이다. 자리를 뺏긴 내 무거운 배낭을 무릎위에 올리고 2시간 내내 달린 것 같다.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인데 그런 불편함을 감수해도 관광객인 내가 제일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눈치다. 겨우 숙소에 도착하니 여기가 바로 천국일세...!

  도착한 시간이 한낮이라 유적지를 둘러보기에도 시간이 애매하고 시내를 둘러보기에도 너무 덥다. 그래서 숙소 2층에 걸쳐진 해먹에 드러누워 책보다 자다를 반복한다. 이번 여행을 시작한 이래로 이런 여유는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 숙소 살림살이를 꾸리는 캄보디아 젊은 처자의 흥얼대는 노랫소리가 자장가처럼 달콤하다. 해가 기울고서야 몸을 일으켜 시내 쪽으로 걸어나가 본다. 지척이라더니 생각보단 꽤 멀었다. 시내는 주로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슈퍼마켓, 식당과 바들이 즐비한데 그 시설들이 너무 현대적이라 여기가 캄보디아인지 헷갈릴 정도다. 값싸고도 맛있는 음식을 깨끗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올드마켓 근처의 펍스트리트는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게다가 가게들은 대부분 달러가 통용되고 1달러 보다 적은 액수는 캄보디아 화폐 ‘리엘’로 거슬러준다. 오늘 저녁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유적지를 둘러볼 요량이다.

  유적지를 둘러볼 3일간 타고 다닐 뚝뚝은 오토바이 뒤에 마차와 같이 지붕이 있는 의자가 설치되어 있어 무더위를 피해서 시원하게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배기가스로 오염된 공기를 다 흡입해야하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씨엠랩의 대기오염은 기대이상으로 지독하다. 뚝뚝 기사 아저씨는 과묵하고 선해 보이지만 고집이 느껴진다. 유적지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것이 무슨 큰일인 냥 뚝뚝이까지 며칠을 대절해서 타고 다니는 것이 새삼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다음 유적지까지 발도 쉬면서 주변 풍광을 구경하는 일은 꽤 큰 호사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고대하던 앙코르와트다. 9~15세기에 걸쳐 인도차이나반도 중앙부에서 앙코르 왕조가 융성하여 거대한 왕도를 만들었고, 그 왕조가 멸망한 후 도시는 수세기 동안 어둠에 방치되어 있었다. 19세기에 이르러 밀림에 뒤덮인 거대한 유적지 앙코르와트가 프랑스 인에 의해 발견되었단다. 울창한 열대우림으로 뒤덮였던 신비한 고대도시는 일단 그 어마한 규모에 입이 벌어지고,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디테일한 아름다움에 놀란다. 밀림 속에서 앙코르 건축과 예술의 집대성인 이 사원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얼마나 감격했을까. 사원 내부를 대충 둘러보아도 최소한 2-3시간이 필요하다. 건축물에 새겨진 부조들의 배경 설화를 들으면 훨씬 더 풍요로운 감흥을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방문한 나는 단체관광객의 가이드 설명을 잠깐씩 귀동냥 했는데 사전지식이나 설명 없이는 앙코르와트도 그저 눈요기에 불과하겠다 싶어 아쉬웠다. 이렇게 웅대하고도 섬세한 문명이 천여 년 전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꾸준한 발굴 작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거대한 유적 전체의 모습이 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더 놀라울 따름이다. 한 민족이나 국가 또한 하나의 유기체처럼 흥망성쇠가 있어 큰 틀에서 보면 지금 현재 어떤 국가가 부유하고 가난하고는 사실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 현상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문명은 물가에서 시작하기 마련이고 앙코르 왕조도 톤레삽 호수의 북쪽에서 일어났다. 톤레삽 호수는 세계적인 어획량을 자랑하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호수인데, 이 호수에는 수상생활을 하는 부락이 조성되어 있어 물고기떼와 수위의 증감에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이 부락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베트남인으로 전쟁 난민이었지만 본국에서도 캄보디아에서도 받아주질 않아 어느쪽 땅도 밟지 못하고 호숫가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기원에는 역사적 아픔이 있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선 물에 떠있는 집들이 이색적이고도 낭만적으로 보이니 주책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물색은 흐리지만 뱃머리에 앉아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즐거움이 있었고, 해질녘의 노을은 호수 풍경과 어우러져 스산한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
Vishal  :  Posts like this make the intrneet such a treasure trove 20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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