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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506호

아파트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 어느날 공고문이 하나 붙었다.
506호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가 폐품을 모으고 팔아 생계를 연명하시는데,그 집이 온통 발디딜 틈없는 쓰레기 무덤이란다. 그래서 그 옆집, 윗집 할것 없이 썩은 냄새와 꼬이는 벌레들로 살 수 없다고 진정을 넣었다. 그래서 관리사무소에서 결론내기를 아파트 앞 재활용쓰레기 모으는 천막 옆에 할머니 천막을 따로 하나 만들어서 할머니께 기증하기로 했단다.

아파트 중에서도 까르푸와 지하철역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동이 로얄동이라 믿고 이제껏 살아왔는데, 알고보니 벌레 천국이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물론 우리집이랑은 층수가 꽤 차이나 전혀 눈치못채고 살아왔지만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동안 엘리베이터에서 할머니와 가끔 마주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버려진 유모차에 항상 무언가를 싣고 꼬리한 냄새를 풍기는 할머니의 존재가 반갑지는 않았다. 할머니의 엘리베이터 동승여부에 따라 오늘의 운세를 점쳐본다고나할까...

아침 운동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에  몇개나 되는 큰 자루를 싣고 마스크를 낀 경비아저씨께서 타고 계셨다. 오늘이 드디어 할머니의 집에서 쓰레기를 끌어내 새로 만든 창고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거국적인 날이란다. 밀폐된 엘리베이터에 타는 순간 악취로 혼절하는 줄 알았다. 난 마스크도 없는 무방비상태! 나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시던 경비아저씨는 중간에 내려서 계단으로 걸어내려가라는 인도주의적 호의를 베푸셨다. 1층에 내려가보니 경비아저씨란 아저씨는 모조리 우리 동 앞에 모여 마스크를 쓰고 계셨다. 쓰레기더미가 내려오자마자 쓰레기가 지나간 길에 소독약을 마구 뿌리신다.

운동을 마치고 11층 집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걸어가기로 맘먹었다. 5층에 다가갈수록 쾌쾌한 냄새가 점점 강해진다. 그러다 갑자기 전기밥솥을 들고 내려오는, 예의 그 할머니와 계단에서 단둘이 마주쳤다. 쓰레기냄새가 밴 엘리베이터를 피해 계단으로 오르던 난 왠지 뒤통수 맞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지독한 냄새의 정수를 나의 뇌리에 각인시키고 유유히 사라지시는 할머니....

그 할머니께서는 보아하니 우리 아파트에 꽤 오래 사신 분인것 같은데, 이제껏 그 이웃들은 어떻게 버텨왔을까... 온 집에 쓰레기로 꽉 찰때 까지는 꽤 기나긴 세월이 소요되었을텐데... 서민아파트라 그런지 사람들이 비교적 이타적인 모양이다. 지금 세상의 상식으로는 할머니 천막을 따로 만들기는 커녕, 아파트에서 쫒아냈을법한데 말이다.

새로 만든 천막창고를 보여주고 싶지만, 오늘은 사진 찍으러 내려갈 엄두가 안난다. 오늘,우리동 사람들은 다들 철문을 꼬옥 닫고 최소한 오늘 만큼은 밖으로 나갈 결심을 포기한듯 하다. 나처럼 말이다.


상아  :  야..폐품팔이도 아무나 못하겠다.
최소 단독주택은 돼야 쾌적한 직장생활를 하겠군..민폐가 참..
여기는 스캐빈져라고들 하는데, 것도 경쟁이 치열해서 구역이랑 담당시간이 정해져 있는 듯.
2006/08/27
비야  :  티비 보니깐 외국에는 가게에서 버리는 유통기한 지난 음식물들을 모아서 먹는 거지아닌 사람들이 있더만...그게 그네들의 삶의 컨셉이라나? 그네들 말로는 멀쩡한 음식물들이 많이 버려지고, 또 유통기한 지난것들도 먹을만하다더라..   2006/08/27
lee  :  삼등 2006/08/27
허주  :  그 할머니 안됬다...물론 주변인들도 괴롭겠지만..혼자 그 벌레들과 냄새나는 쓰레기속에서 여지껏 살아왔다는거냐...그래도 동네사람들이 착하군.천막도 만들어주다니.상자주워서 동사무소에 파는 할머니 도와 끌고 댕겨본 경험이 있는데 것도 정말 못할짓이더라. 난 우리집 잔디에 잡초안뽑았다고 투고를 받아 노티스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자로서 우리동네 인간들을 경멸한다..그 잡초는 아무리 봐도 잡초로 보이지도 않는 꽃이 핀것이었구만..내 잔디에 내가 잡초 냅두겠다는데 으음.니네동네 주민들은 아직은 인간성들이 있는것이야. 2006/08/28
비야  :  미국은 내집앞 마당잔디 취향대로 가꿀 자유도 없는 것인가.... 2006/08/28
지정  :  그런 자유 용납안됨..:) 200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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