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차로 도착한 조드뿌르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 푼이라도 벌기위해 릭샤를 끌고 나와 손님을 기다리는 무리들이 있었고, 다행히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새벽임에도 주인이 나와 체크인 시간까지 기다릴 수 있는 공간과 따뜻한 차와 담요를 제공해 주었다. 결국 내가 머물만한 마땅한 방은 나질 않아 다시 근처 호텔들을 전전하다 겨우 한 방을 얻었다. 샤워를 하고 짐을 풀고서야 슬슬 둘러본 조드뿌르는 메헤랑가르성 내부 관람도 꽤 재미있었고, 성곽에서 내려다보는 푸른색의 도시도 인상적이었다. 옛날엔 귀족들의 저택에만 파란색 페인트를 칠할 수 있었다지만, 요즘은 해충을 쫒고 도시를 특색 있게 꾸며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차원에서 페인트칠을 한단다.
뭐니뭐니해도 이 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긴 밧줄을 타고 매달려 이쪽과 저쪽의 절벽을 건너다니는 ‘Flying Fox'라는 엑티비티다. 튼튼한 밧줄에 건 고리에 매달려 자신의 몸무게에 가속도를 붙여 절벽을 건너는데, 까마득한 절벽 바로 아래는 계곡이 펼쳐지고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면 특유의 파란색 도시정경이 펼쳐진다. 이는 6개의 코스를 통과해야 마무리되는데, 각 코스마다 길이도 다르고 경사도 다르고 난이도도 다르며 풍경도 다르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직접 이 밧줄을 타는 것도 스릴 있지만, 다른 사람이 타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꽤 흥미롭다. 속도조절, 무게조절이 매끄럽지 않으면 목적지에 못 미쳐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멈춰서 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럼 손발이 매달린 채로 밧줄을 당겨서 끝지점까지 가야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아무튼, 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만한 오랜만의 짜릿한 경험이었다.
사실, 인도의 도시들은 다 비슷비슷하다. 유럽의 도시들이 다 그렇듯 말이다. 그래서 이제 슬슬 여행의 흥미가 사그라듬을 스스로 인지하기 시작했고 체력적으로도 지치기 시작했다. 인도에서는 사건 사고가 많아서 도시를 이동할 때나 도착해서나 늘 긴장의 연속이고 그것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더군다나 오늘 밤부터 시작해서 3일 동안은 계속 밤차를 타야한다. 하루에 한 도시씩 당일치기를 해서 밤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사원들의 도시 카주라호, 그리고 인도의 대표 성지인 바라나시로 가는 일정이다. 여행 성수기인 탓에 차표를 구하기 힘들어 본의 아니게 이런 무리한 일정이 되어버렸다. 천지신명이시여....제발 인도의 길바닥에 쓰러져 생을 마감하지 않게 해주소서.ㅠ 이 살인적인 일정에서 살아남는다면 인도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바라나시에서는 느긋이 머물다 네팔로 넘어갈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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