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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제주도...
  제주도에서의 일 년 동안의 삶,
내가 바랬었고, 요행히 섬이 날 받아주었다.
성급하고도 간단하게 그 삶을 요약하자면, 꿈속에서의 일 년이 아니었나 싶다.
꿈과 같은 삶이란 단순히 늘 행복한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꿈도 가지각색이라 행복한 꿈도 있지만 악몽도 있듯이 말이다. 꿈은 꾸는 동안은 너무나도 진지하고 강력하지만, 깨어나면 그 모든 기억들은 허공에 흩어져 버리고 그저 꿈으로 남을 뿐이다. 제주도라는 섬에서의 생활은 꿈에 빗댈 만큼 지금의 나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제주도, 육지와는 동떨어진, 화산이라는 불의 힘으로 만들어진 땅,
땅은 불의 힘으로 솟구쳐 올라 맹렬히 흘러내리다 차디찬 바다를 만나 얼어붙듯 멈춰버렸다. 그 찬 기운에 놀라 굳어버린 뜨거웠던 땅의 자태가 놀랍도록 다양하고도 극적이다. 긴 세월을 지나면서 불의 기운도 힘을 잃고 그 흔적만을 남겼지만, 제주도 해안을 거닐다 보면 아직도 물의 기운보다 불의 기운이 더 강력하게 느껴진다. 내게는 바다가 그 불의 기운을 식혀내느라 검은 해안을 핥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불길이 지나간 건조하고도 뜨거운 땅, 그리고 그 반대극인 차갑고도 무한한 바다를 늘 경계로 삼아 대척하는 땅 위에서의 삶은 육지의 삶과 어떻게 다를까....일 년의 섬생활 이후에 얻은 것은 대체로 ‘앎’이나 ‘인지’라기보다는 ‘질문’들이다.

  뭍의 것들과는 뭔가 다르다. 이 독특한 땅에 뿌리내린 식물들, 동물들, 심지어 사람들조차 말이다. 그래서 그들을 얼마간 겪었던 난 현실과는 다른 꿈을 꾼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일까.
난 정말 일 년 동안 나름 치열했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경탄할만한 절경들을 두루 구경했으며, 열심히 먹었으며, 또 열심히 관여하고 싸우기조차 했다. 하지만 뭍으로 돌아온 순간, 난 가득 긁어모았던 모래들을 손가락 사이로 주르륵 다 흘려버린 것 같다. 결국 제주도에서의 일 년의 기억들은 내 인생에 연속적으로 그 궤적을 새겼다기보다는 하얀 공백으로 비워진 느낌이다. 심지어 제주에서 만난 풍경, 사람들조차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느낌마저 든다.

  일 년의 섬생활을 청산하고 육지로 돌아온 난 내 침대 속에서 비몽사몽간에 3일 동안을 동면하고서야 원래의 내 삶의 비슷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굳이 내 상경을 알리지 않았고, 소심하게도 얼마간의 완충기간을 겪고서야 다시 현실과 직면할 용기가 생겼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육지와 섬을 떨어뜨려 놓은 망망한 바다가 날 그렇게 만들었나 싶다. 그리고 그 섬에 사는 모든 것들을 그러하도록, 육지의 것들과 다르도록 만드는 것도 오히려 땅이 아닌 그 땅을 경계 짓는 바다의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방으로 열려 펼쳐진듯 하지만 결국 고립시키고 마는 바다 말이다.

  이제 난 꿈속과 같았던 섬생활을 접고 현실에 직면했다. 냉동고와 같은 추운 서울에서 작업실을 구하러 돌아다닌다. 섬에서 현실을 유보하고 살았다면, 차라리 척박한 지금이 속편한 일이지도 모른다. 이제껏 내 삶은 늘 이러했고, 앞으로 그런 일 년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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