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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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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_루체른, 베른 (2011 6.19)

  루체른은 그 도시를 둘러보려는 목적보다는 리기산에 오르기 위한 기착지이다. 리기(Rigi)산은 해발 1801m정도로 스위스의 다른 산들에 비해 낮지만, 그 전망이 아름다워 산의 여왕이라 불린단다. 루체른에서 다녀올 수 있는 근교의 아름다운 산들이 많고,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각 산의 기점으로 가는 유람선들이 매 시간마다 출발한다. 한시간가량 타고 온 배에서 내려 가파른 산의 능선을 오르는 산악기차로 다시 갈아타고 바로 산 아래 턱밑까지 오른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풍경도 아름답고 평화롭기 그지없었지만 기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내려다본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이었다.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파란 물에 선명한 초록색으로 다소곳이 봉곳 솟은 산봉우리들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푸른 물 위를 유영하는 하얀 배들....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란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정상에 다다르기 직전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돌변하여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높은 산이라 그런지 산꼭대기의 날씨는 정말 예상하기 힘들다. 정상에 도착하니 비가 거센 바람과 함께 몰아쳤고 설상가상으로 묵직한 우박들이 쏟아지면서 한치 앞을 볼 수도 걸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바로 코앞에서 정상을 가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악천후를 뚫고 정상에 올라 인증샷을 찍고서야 내려왔다. 다행이 나 외에도 억척 관광객이 있어 서로 사진을 찍어줄 수 있었다.

  산 아래로 기차를 타고 내려오기 시작하는데, 잠깐을 내려오니 또다시 거짓말처럼 날씨가 갠다. 심지어 햇볕이 짱짱하다. 산 정상 근처에만 두꺼운 구름이 걸쳐져 있었나보다. 산을 이렇게 내려가기가 너무 아쉬워 무작정 기차에서 내렸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에 홀려 걸어서 하산하기로 맘먹었다. 하산하는데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 듯하다. 풀빛, 호수빛, 하늘빛, 꽃으로 예쁘게 단장한 집들, 낭만적인 양떼....어느 것 하나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이 모조리 아름답다. 카메라를 어디에 갖다 대도 그림엽서다. 이렇게 예쁜 풍경을 매일 보고 살면 사람들의 성정은 어떤 식으로 영향 받을까....엄청 착해질까? 이런 풍경에 질릴 수도 있을까?

  여긴 산길이 흙이 아니라 자잘한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발이 안정적으로 디뎌지지가 않아 무릎관절이 계속 피곤한 상태다. 남의 나라 산을 오르다보니 우리나라 산의 특유의 냄새, 부드러운 흙이 그리워졌다. 적당히 촌스럽고 거친 풍경, 다듬어지지 않은 구석이 그대로 남아있는 풍경 말이다. 이것이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의 성정이다. 여긴 너무 빈틈이 없다. 아무런 냄새도 없다. 너무 예쁘기만 해서 눈이 쉬이 피로해진다. 풍경의 강약이 없이 쭈욱 강이라고 해야 할까....

  베기스 마을로 하산하여 유람선을 타고 다시 루체른으로 돌아왔다. 시내 구경을 하면서 큰 바위에 새겨진 사자상도 보고 루체른 성당에 들러 아름다운 성가를 들으면서 한 30분 기분 좋게 졸다 나왔다. 긴 산행의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그리고 맑은 강과 오래된 다리를 안주삼아 터무니없이 비싼 맥주 한잔을 마시고 루체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술기운에 졸지 않으려고 무척 애썼다. 내릴 역을 놓쳐버리면 일이 무척 복잡해진다.

  스위스의 몇 도시들은 지도상으로 보면 서로 무척 가깝지만 알프스 산맥이 가로지르기 때문에 기차로 바로 연결되지 않아 다른 도시를 경유해 둘러가야 한다. 그래서 여행할 때 어쩔 수 없이 들르게 되는 몇 개의 도시들이 있다. 베른(Bern)이 그랬다. 특별한 기대 없이 잠시 둘러본 도시는 생각보다 독특했다. 이 도시야말로 옛 도시의 그대로의 길, 건물들을 잘 보존하고 있어 옛 정취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옛것들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살기 적절하게 최소한의 보수만 한 듯이 보였다. 그런 환경에서 현대의 의복을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 다니는 걸 보니 좀 기묘하게 느껴졌다. 유럽의 모든 도시들이 그렇듯이 이 도시 사람들도 삶의 가장 큰 가치이자 목표가 옛것의 보존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도시 전체의 건물, 길들이 다 옛것만을 고집하진 않겠지만, 어쩔 땐 이렇게까지 하면서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다.
라라  :  빈사의 사자상까지.혼자 정말 구석구석 다녔구나.지칠만도하지... 2012/05/24
비야  :  라라도 사자 봤어?ㅎ갔더니 중국인 버글버글...ㅎ 2012/05/25
 :  다 그림일세~ 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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