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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Art Omi Residency를 다녀와서....
아트 오마이는 뉴욕에서 약 2시간 거리의 허드슨에 위치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의 약 30여명의 작가들이 모여 작업하고 소통하는 곳이다. 매년 7월 즈음 3주 동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올해는 7월 1일에 시작해 23일까지 3주 동안 진행되었다.

오마이 레지던시에 참여하기 위해 시작하는 날짜보다 하루 먼저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은 몇 년 전에 방문해 본 경험이 있어 이번이 두 번째인 셈이다. 뉴욕을 처음 방문했을 때 뉴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고 다시 오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일까, 이번에 느끼는 뉴욕은 좀 묘한 기분에 친숙함이 더해져 예상 외로 약간의 애정이 느껴진다.
다음날 아침, 뉴욕의 펜스테이션(Penn Station)에서 진기종 작가를 만나 허드슨(Hudson)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일요일임에도 기차 안은 한산했고 진기종 작가와는 처음으로 이것저것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허드슨역에는 오마이 측에서 나온 스탭들이 작가들을 픽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허드슨 기차역에서 잘 다듬어진 시골길을 약 20분 정도 달리면 사진 자료로만 보았던 예의 그 붉은 레지던시 건물이 나타난다.

시골 헛간(barn)을 개조한 스튜디오 공간은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거칠게 다듬어진 나무들로 얼기설기 지어진 건물의 내부와 두꺼운 먼지 층으로 코팅된 가구와 집기들, 거미줄로 휩싸인 구석들, 습한 내부.... 익숙치 않은 공간이라 나름 신선하긴 했지만 쓸어내고, 집기를 배치하고 닦고, 몸을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기거할만한 곳으로 될법했다. 사람이 오랫동안 머물지 않았던 흉가와도 같은 건물에 작가들이 들어서면서부터 깨끗하게 정돈되고 활기가 돌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된다.
사실 이 건물은 내보기엔 원래 용도가 마굿간이 아니었나 싶은데, 방방마다 최소한의 칸막이가 세워져있고, 문도 따로 없이 입구만 뚫려 있어서 복도를 걸으면 양옆으로 각 방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작가들은 입구로부터 최대한 들여다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 작업대를 배치하고 외부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듯하다.

스튜디오로 쓰이는 barn은 2층 구조의 건물이며, 선착순으로 배정된다는 말과는 달리 이미 작가 이름표가 각각의 스튜디오 앞에 명시되어 있었다. 나는 1층 오마이 사무실의 바로 옆방에 배정되었으며 진기종 작가는 2층이다. 내방은 유독 작았지만 햇볕이 잘 들고 아담해서 나쁘지 않았다. 스튜디오 정리가 대충 끝난 후에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의 언덕에 위치한 숙소 건물을 안내받았다. 숙소 또한 이미 작가들에게 방이 배정되어 있었고, 2명의 작가가 한 방을 나눠쓰게 되어있다. 나는 Robin이라는 캐나다 작가와 같은 방이다. 작가들이 속속 도착하고 스튜디오와 숙소가 대충 정돈된 후, 늦은 오후부터 숙소 옆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간단한 맥주파티가 있었다. 작가들과 스탭들이 서로 소개하고 인사하는 자리다. 다들 서로를 가늠해보느라 분주한 눈치다.

다음날 아침부터 작가들은 본격적으로 스튜디오를 정돈하고 필요한 기자재, 생필품을 사러 읍내격인 허드슨 시내로 나간다. 스탭들이 차로 작가들을 시내의 가게로 실어 나른다. 화방, 99센트숍, 철물점, 재활용가게, 월마트 등 시골동네에도 있을 것은 다 있다. 작가들 작업이 제각각인 것처럼 그들이 사 모으는 물건들도 다들 제각각이다. 난 예상치 못한 여름날의 추위 때문에 두터운 가디건부터 구입했다. 허드슨의 날씨는 근래의 한국 날씨처럼 이상기온이란다. 오마이에 도착한 첫 주는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털 스웨터를 입어야 할 정도로 추웠으며 햇볕이 쨍하다가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져 내리는 불규칙한 날씨다.

첫 주에는 며칠에 나눠 각 작가들의 프리젠테이션이 있다. 자신의 작업을 알리고 동료작가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다들 무척 진지하다. barn의 복도에 간이 스크린을 세우고 둘러앉아 각 작가마다 6컷 정도의 대표작 이미지를 보여주며 작업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또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다. 영어가 한참 부족했던 내 경우를 들자면, 영어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심적 부담이 있었지만 막상 닥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적당히 포기가 되면서, 작업에 대한 설명을 미리 적어놓고 참고해가며 설명했다. 내 작업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지 프리젠테이션의 형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오마이 레지던시 설립자인 프랜시스 그린버거(Franscis Greenburger)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편이다. 작가들의 프리젠테이션도 참관하며, 또 자신의 의견도 적극 피력한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에는 작가들을 자신의 집에 초청해서 파티를 여는데, 여기에는 자신의 친구들, 주민들, 미술관계자들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초청되어 인사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오마이는 뉴욕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뉴욕에서 많은 미술 관계자들이 방문하고, 또 워낙 짧은 기간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므로 작업하기에 적당한 레지던시라기 보다는 프로모션하기 좋은 레지던시라 할 수 있다. 레지던시 기간동안 꽤 많은 갤러리스트, 평론가, 작가, 큐레이터들이 방문하는데, 방문자 리스트가 사무실 게시판에 공지되고, 점심 식사시간에 레지던시 디렉터가 방문자들을 소개하고 스케줄을 알려준다. 방문자들은 대체로 게스트하우스에 1박2일 정도 머물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작가들의 작업을 둘러본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작가들과 함께 대화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한 오마이 레지던시는 매년 큐레이터 2명을 작가들과 함께 상주시키면서 작가들의 작업을 돕는데, 올해 한 명의 큐레이터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고, 다른 한 명 또한 바쁜 스케줄로 작가들과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외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3주를 버텨내는 방식은 작가들마다 조금씩 다른데, 매일 작업하고 방문자를 맞는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지만 아침마다 조깅을 한다거나, 매일 밤 음주가무를 즐긴다거나, 수영을 한다거나, 시골길을 자전거로 드라이브 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일상의 무료함을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레지던시 프로그램 또한 근교에 있는 미술관(Dia Beacon Museum)을 단체로 방문하거나, 모노타입 프린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거나 저녁에 읍내로 볼링을 치러가는 등의 이벤트를 마련한다.
오마이 레지던시는 작가들과 매일 숙식을 함께 하고, 또 스튜디오 구조상 누구나 안을 쉽게 들여다보고 불쑥 들어갈 수 있는 구조라 3주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작가들 서로 간에 꽤 친해진다. 각 나라의 갤러리 시스템이나, 작업여건 등에 대해서도 정보를 나누고, 갤러리를 소개시켜주는 등 도움을 주기도 하며, 서로의 나라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레지던시의 마지막 날인 오픈 스튜디오가 가까워질수록 작가들은 바빠진다. 진행하던 작업들을 마무리하여 설치하고, 스튜디오에 페인트를 칠하는 등 손님맞이에 바쁘다. 오픈 스튜디오 전날부터 손님들이 오마이에 도착하기 시작하고, 전야제 격으로 파티가 열리는데, 이날은 조용한 시골 마을 전체가 들썩거린다. 오픈스튜디오 당일은 11시 즈음에 공식 브런치가 있고 이때 설립자가 레지던시 참여 작가 한명 한명을 호명하며 손님들에게 소개한다. 그리고 1시부터 5시까지 작가들은 자신의 스튜디오를 공개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튜디오 건물에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호황을 이루는데, 관람객들의 계층도 무척 다양하다. 지역주민에서부터 평론가,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타 레지던시 관계자들 등....이미 다녀간 미술관계자들도 오픈 스튜디오에 맞춰 다시 한번 방문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마을 주민 등 일반인들 또한 작가들의 작업에 무척 관심이 많아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서로 구입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선다. 미술관계자들은 관심 있는 작가가 있을 경우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 뉴욕에 있는 자신의 갤러리나 레지던시에 방문해주기를 요청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레지던시 일정이 끝나면 뉴욕에 어느 정도 머무르면서 레지던시 보드 맴버가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하기도 하고, 초대받은 갤러리나 레지던시가 있다면 방문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나 또한 뉴욕의 몇몇 갤러리와 맨하튼에 위치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들을 개인적으로 방문했었고, ISCP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작가들을 만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도 얻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아트 오마이 레지던시 참여는 해외 레지던시로서는 내게 첫 경험이다. 해외에서의 유학 경험도 없고, 영어실력도 시원치 않은 나로서는 사실 꽤 큰 경험이자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타 레지던시와 비교해 봤을 때 오마이는 비록 기간은 짧지만, 스케줄이 타이트하게 진행되고 방문객들을 만나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프리젠테이션 해야 할 상황도 무척 자주 있으며, 또 작가들 간의 유대관계도 중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나처럼 언어가 부족한 작가가 겪어내기에는 꽤 고충이 있었다. 하지만, 뭐 이곳도 사람 사는 데라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겪어내면 그뿐이다.
레지던시에 참여해서 실질적으로 얻어가는 어떤 성과들, 예를 들어 해외 전시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거나, 갤러리와 연계된다거나 하는 등의 일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통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리는 듯하지만 무의식으로 받아들이는 것들, 즉 나와는 다른 작업을 대하는 태도와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내 작품이 타국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히며 평가되는지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오마이 레지던시는 시골에 위치해 있어서 개인적으로 기대한 바가 있었다. 이제껏 보지 못하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녹색 식물이나 풍경들을 만나리라 예상했었고 내 작업에도 그 풍경이 기여하는 바가 있으리라 기대했었지만, 여기의 풍경들은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엽서에 등장하는 풍경처럼 낭만적이고 달콤하기만 해서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후미진 구석이 전혀 없는, 표면만 있고 그 이면은 없는 듯한 풍경이다. 하지만, 길 한가운데서 문득 마주치는 사슴과, 밤늦게까지 작업한 후 손전등을 켜고 숙소까지 올라오는 길에 만나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이들, 아래로 쏟아질 듯 수없이 많은 별들은 오마이 레지던시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될 것이다.


(위의 글은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 제출한 Art Omi 레지던시 후기를 옮겼습니다.)
허주  :  으음 드디어 후기도 올라왔군. 대충 어떠했겠다는 감이 오는구나.나도 사진보면서 느낀게 마굿간이었을것 같단 생각이 들었었는데..암튼 이번기회로 더 넓게 작업할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오늘 사슴떼를 보는데 갑자기 니 생각이 나더라.;; 2007/09/03
비야  :  너 정말 이글을 다읽었냠.... ? 2007/09/03
라라  :  올만에 홈피와서 주루룩 다 읽었다...나두...ㅋ
험난한 코스를 두루 다 잘 치러냈구나.허주랑도 만났니?아까 그걸 안물어봤네.히히. 더욱 견문을 넓혀가는군.멋지오.
2007/09/03
lee  :  우후~ 나도 다 읽었다오 ^^
정말 뿌듯한 일정이었겠는데.
풍경에서 영감을 얻으려거든 우리집에 놀러오라구~
2007/09/03
lee  :  어 라라! 동시네 2007/09/03
비야  :  허주랑도 당근 만났지....내가 워싱턴에 다녀왔지....허주와의 사진들도 곧 올릴터니 구경하셔...ㅋㅋ 은미랑도 만났써. 2007/09/03
미자  :  이제야 여유가 있나보군?
다시또 바빠지는 거냐?
기다리던 글과 사진들은 잘 보았다
잘했네!

세라언니! 애기는 잘 커요?
2007/09/04
허주  :  당근 다 읽었는데 사진도 없고 줄띄기도 없어서 눈알이 좀 뽑히는줄 알았다..에이씨.. 2007/09/04
라라  :  미자,너야말로 애기는 잘크냐? 뿌듯하겠다.^^
lee,잘지내지?너와 동시에 글을 올렸나보네? 니 블로그가 없으니 궁금하당.
허주,안뇽..전화한다전화한다...말만.킁-_-; 난 기다리고있었다구!ㅋ
실은 나두 정신없다네.니 블로그도 함가봐야지...비야도 워낙 오랫만에 들어와스리...

모두들 잘 지내는구나.나도 잘지내야지~~^^*아자!
2007/09/04
박화영  :  명진! 오마이에서 가장 미녀였네..사진,후기 모두 잘 봤음! 역시 훌륭해.. 2007/09/21
비야  :  아니! 박화영 사장님이라니....!
바쁘실텐데...반갑소~!
200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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